2023. 12. 22. 08:46ㆍ문화생활

대학로에서 연극 템플을 보고 왔습니다.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의 20주년 퍼레이드 공연이었는데요.
극단 간다는 지금은 너무 유명한 이희준, 진선규 배우님을 배출한 극단이에요.
저는 이번에 처음 이 극단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이희준, 진선규 님이 있었던 극단이었다고 하니까 더 기대가 됐습니다.
공연장 위치는 혜화역 1번 출구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는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였어요.

여긴데요. 오호, 저기 포스터에 김세정 님 보이시죠?
그렇습니다. 이 공연은 주인공이 쓰리 캐스트로 진행되는데, 쓰리 캐스트 중 한 분이 김세정 님이에요.
다들 김세정 님 아시죠? 아이오아이 김세정 님 맞아요.
물론 지금은 거의가 아니라 아예 배우라고 해도 손색이 없으신 분이시죠.
드라마 사내 맞선에서 연기가 참 물이 올랐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연극까지 하시다니,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시는 것 같아 팬으로서 보기 좋네요.
듣기로는 연기 스터디도 열심히 하시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장난 아니라고 들었는데 이렇게 연극도 출연하시고, 되게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전 김세정 님 캐스트 공연이 아니라...아쉽...아니죠. 제가 본 공연의 캐스트 님도 좋았습니다. 좀 있다 얘기할 거지만, 전혀 아쉽지...아니 살짝 아쉽...아니 살짝 김세정 님은 어떻게 하실까 궁금하기는 했었습니다.
언젠가 볼 기회가 있었으면 하네요.
암튼 공연장은 여기고요. 저기 살짝 보이는 티켓 박스 보이시죠?
저 처음에는 사람들 막 줄 서길래, 저긴가 보다 싶어서 따라 줄 섰는데, 저긴 다른 공연장 티켓박스였어요.
혹시 처음 방문하신다면 저처럼 추운 날씨에 엄한 데서 헤매지 마시고, 바로 저기 문으로 들어가셔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세요.

보이시죠? 지하 3층이에요. 매표소도 거기 있으니까 표도 거기서 찾으시면 됩니다.
저도 블로그 보고 갔는데, 이렇게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블로그는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친절하게 설명해 드리려고요.
세상 살아보니까, 참 사람들의 친절이 소중하다는 걸 느껴요.
아, 그렇다고 이렇게 설명하지 않는 블로그에 대한 비난과 비판 그런 건 아니에요.
그냥 어느 날, 문득 도서관에서 책 빌리는데, 사서님께서 너무 친절하게 절 맞아주시면 갑자기 없던 인류애가 생기는 느낌?
그런 느낌을 받아서 저도 될 수 있으면 친절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암튼 엘베 타고 내려오셔서 오른쪽을 보시면 화장실이랑 매표소가 있어요.
근데 꿀팁 겸 유의사항 드리면 엘베 타시려면 공연 시작 전 여유 있게 오시는 거 추천드려요.
공연 시간 임박할 때는 사람들 엄청 엘베 앞에 서 있거든요. 그래서 못 탈 수도 있어요.
물론 계단을 이용할 수도 있는데, 지하 3층이면 꽤 내려가야 돼요.
그래서 가급적 여유 있게 오시는 게 마음도 몸도 편하실 거예요.
나 오늘 하체 운동해야 되는 날이야 그러시면 좀 촉박하게 오셔도 계단으로 내려가기에 그렇게 막 힘들진 않아요.
그래도 엘베가 좋죠.

엘베에서 내리면 요런 것들도 보실 수 있어요. 여기 포토존들도 여러 개 있으니까 일찍 오시면 사진 찍으면서 기다리셔도 될 것 같아요.
벤치 같은 것도 여유 있게 있어서 기다리기에 나쁘진 않았어요. (대기하는 공간이 꽤 넓어요.)
일단 저기 보면 티켓 수령은 공연 시작 1시간 전부터 가능하고요.
중간에 나가시면 재입장은 어렵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저기는 안 쓰여 있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오시면 입장은 가능한데, 원래 예매한 좌석에서는 보실 수 없어요.
1층 r석으로 예매하셨어도 늦게 오시면 2층으로 안내되니까, 그 점 유의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랑 다르게 연극은 진짜 극의 몰입을 확 깰 수 있어서 입장 통제가 엄격한 편이에요.
아무래도 영화는 상영되는 거고, 연극은 실연되는 거기 때문에 보는 관객도 몰입에 영향을 받지만, 실연하는 배우도 몰입에 방해를 받을 수도 있으니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무튼 항상 공연은 여유 있게 가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커튼콜 촬영 가능합니다.
배우님들 사진 찍고 싶으면 커튼콜 때 찍으시면 될 것 같아요.

세 분 다 헤어스타일을 비슷하게 하셨네요.
저는 세 분 중에 박희정 배우님이 맡은 템플을 보고 왔습니다.
근데 박희정 배우님은 체구나 이목구비가 김세정 님이랑 약간 닮으셔서
처음 공연 봤을 때 어, 김세정 님인가? 순간 헷갈렸습니다.
이 사진 보니까 머리스타일도 비슷하셔서 진짜 헷갈리네요.
암튼 박희정 배우님, 이 공연 보고 팬 됐습니다!
발성이 되게 좋으시고, 자폐 캐릭터인데도 딕션이나 이런 게 좋으셔서 그런지, 소리가 까랑까랑(?)하게 잘 전달되더라고요.
물론 연기도 좋았습니다. 자폐아 특유의 천진난만함이나 캐릭터를 잘 잡으셨던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 활동도 하시는 것 같은데 나중에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자폐아 연기 말고 다른 연기들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자, 이제 본격적으로 공연 감상평을 얘기드리자면,
일단 좋은 점도 있었고, 아쉬웠던 점도 있었던 공연이었습니다.
먼저 좋았던 점은 공연의 리듬이나 템포가 참 좋았습니다.
(잔잔하게 가다가 스피드 하게 당기고, 어둡게 가다가 밝게 갔다가 이런 극의 분위기의 조절을 말합니다.)
러닝타임 90분이면 그렇게 길지 않은 공연에 속하긴 하지만, 공연이 템포나 리듬감이 잘 안 살면 금방 지루해지거든요. 그래서 90분도 짧다고 느끼지 못하는 공연도 있는데, 이 공연은 90분이 딱 깔끔하게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완전 짧게는 안 느껴졌지만, 그렇다고 길다고도 느끼지 않는
딱 적당할 때 끊는 그런 느낌을 받아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리고 조명 맛집이네요.
조명을 참 잘 썼던 공연 같아요. 특히 포그 이용해서 조명이랑 같이 쓰는 장면에서는 오, 제대로 맛도리였습니다!
조명을 참 재밌게 잘 써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손전등 이용해서 템플을 괴롭힌 이들을 찾아내는 장면도 되게 신선한 느낌이어서,
뭔가 아기자기하게 보는 즐거움을 주는 무대였습니다.
네, 그리고 아쉬웠던 점은 살짝 진짜 조금 아쉬운 건데,
초반에 배우들의 몸이 조금 무거웠던 거?
이 연극이 대충 듣기로는 신체를 많이 이용한다고 들었는데, 어? 초반에 배우들이 움직임을 하는데, 몸이 다들 무거워 보여서
어? 했습니다. 어쩌면 힘든 관극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함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이 날, 진짜 추웠거든요. 영하 십 도까지 내려가는 날이었어요.
저도 진짜 나올까 말까 하다가 겨우 나온 날이었는데, 아무래도 초반에는 그런 영향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중간쯤에서는 배우들이 몸이 서서히 풀려가면서 나중에는 아, 원래 움직임이 좋은 배우분들이었구나 했습니다.
그래서 요거는 날씨 탓도 있고 하니까 살짝 아쉬웠던 정도로 남기고,
진짜 아쉬웠던 건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이 좀 뭔가 너무 헐리우드식 마무리라고 해야 될까요?
그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도 뭔가 전형적인 헐리웃식 감동 엔딩에 나오는 음악이라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근데 이게 길어요. 이 클라이막스가 상당히 길고(제가 느끼기에는) 여기에 꽤 공을 들이신 것 같은데, 음, 깁니다.
감동 엔딩 음악도 꾸준히 계속 흘러나오고, 뭔가 마지막에 감동 줄려고 혼신을 다하는 느낌?
근데 저 처음에는 조금 울컥하는 감정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이게 막 아예 여기서 무너지는 느낌은 아니고
그냥 길다. 앞에서 리듬과 템포를 잘 살려서 끌고 왔는데 여기서 좀 그런 리듬과 템포를 못 살린 느낌?
그러니까 그 이승철 노래 중에 마지막 콘서트에서 '밖으로 나가버리고오오오' 할 때 '고오'를 클라이막스처럼 길게 끌잖아요.
그때 이 길게 끄는 호흡이 사람들이 우와 할 때 딱 끊으면 좋은데, 우와 하고 나서도 계속 이어지는 느낌?
그러면 이제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다가 어? 뭐지? 하면서 언제 끝나지? 하고 다른 생각이 개입하게 되죠.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하지만 이건 호불호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장면에서 저와 달리 감동받으시는 분들이 꽤 있었어요.
옆에 분은 눈물도 흘리시고, 뒤에서도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서 아, 내가 감정이 말랐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구요.
근데 저도 클라이막스 씬 초반에는 울컥하는 게 있었는데, 그걸 너무 길고, 그냥 한 호흡으로 그냥 쭉 질주하는 느낌이라,
저는 중간에 식어버렸어요.
어쨌든 전 이 결말이 조금 아쉽긴 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은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배우분들이 텅 빈 무대를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주셔서, 보는 재미가 있었고
템플 그랜딘이라는 실존 인물에 대한 서사를 이야기식으로 잘 전달받았습니다.
자폐를 이겨낼 수 있는 건 역시 사랑과 관심이 더라고요.
근데 이건 자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는 어떤 시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혼자보다는
어떤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혼자서도 어떻게 어떻게 해볼 수는 있겠지만, 상처가 회복되지 못하고, 그냥 단단하게 굳은살처럼
박혀서 억지로 끌고 가서 진짜 초인 같은 의지로 이겨내야 되는데, 이겨내고 나서도 뭔가 쓸쓸하고 공허한 느낌이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연극에서 포옹하는 장면들이 따뜻하게 느껴져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힘든 길에 누군가 저렇게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많은 힘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 추운 겨울에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연극 템플을 추천드립니다.
마지막 장면은 호불호가 있으니, 제가 좀 아쉽다고는 했지만 사람에 따라 진짜 제 옆에서 엄청 우시던 그분처럼
다른 감정을 느낄 수도 있으니 보시고 판단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아무튼 연말에 영하의 날씨에 가슴이 몽글몽글해지는 연극을 보고 나와서 좋았습니다!
이상 연극 <템플> 후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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